Don't trust. Verify.
믿지말고 검증하라.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과의 핵 군축 논의과정에서 수차례 인용했던 '믿어라, 그러나 검증하라 (Trust, but verify)'라는 속담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카O오, 토O 등 앱으로 편하게 돈을 송금하고, 편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은행이 내 돈을 어떻게 보관하고 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송금이 이루어지는지, 수수료는 어떻게 책정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고객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검증할 수단과 방법이 제한적이기에 믿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난 무정부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지나치게 중앙집중화된 권력은 문제를 일으켜 왔다.
20세기 중반 인터넷이 발명되었다. 이는 정보혁명이라 불릴 만큼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우리를 편리하게 함과 동시에 중앙집중화된 권력을 분산하는 수단으로써의 역할 또한 톡톡히 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Web2(소위 인터넷)의 세계에서도 빅테크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큰 자본과 기술력을 지닌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가나 기업이 시스템으로써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문제는 없을것이다. 하지만 국가나 기업이 올바르게 행위하지 않을때 국민들이 자신의 자산을 보호할 수단은 현재 거의 없다.
지금의 블록체인이 (특히 이더리움이) Web 3임을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접근한다면 한결 이해가 수월해질 것이다.
Web 2 vs Web 3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걸까.
우선 Web 2는 우리가 지금 접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웹사이트, 서비스 등을 칭한다. 회사가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소비자가 이용한다. 소비자는 데이터를 내어주고 편리한 서비스를 얻는다. 당연히 이는 소비자들을 이롭게 했지만 때론 고객정보 유출사고, 게임회사의 아이템 확률 조작 사건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Web 3에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블록체인에서 특수한 계약에 기반해 작동하는 서비스이다. 특정 집단의 검열로 부터 자유롭고, 기업의 영업비밀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이용자가(토큰 홀더가) 곧 의사결정의 주체이며, 서버는 분산화 되어 쉽게 중단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모든 거래가 검증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증 가능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이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CCTV를 달아놓는 것만으로도 범죄율을 감소시키듯, 나의 모든 행위가 영구적으로 기록되고 지우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올바른 행위를 유도할 수 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렇게 남겨진 기록을 통해 부정행위를 식별하는 감시자들 또한 있으며, 그들에게도 보상이 주어진다.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시스템을 위해 개선 제안을 하는 사용자들 또한 있으며, 이들에게도 보상이 주어진다.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는 올바른 행위에 주어지는 보상이다.
올바른 행위자에겐 보상을, 부정행위자에겐 손실을 입히는 경제 시스템을 코드로써 구현하였고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지금껏 증명해왔다.
기업을 믿고 그들이 만드는 서비스를 믿는 것외엔 대안이 없었던 우리에게 검증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든 블록체인은 '검증 가능한 분산거래원장'에서 출발했지만, 이더리움을 필두로 한 지금의 블록체인은 가치를 교환하는 모든 행위를 거래로써 받아들이고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 결함이 없는것이, 서비스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것은 아니다. 토큰의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크고, 익명에 의해 운영되는 커뮤니티는 러그풀(일명 먹튀)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들은 여전히 많지만, 핵심가치는 퇴보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운영주체의 불투명성을 개선하고, AML(일명 돈세탁방지) 시스템이 기술적, 제도적으로 발전된다면 새로운 가치 교환의 장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